카테고리 없음

이미지의 의미와 속성

청산은 2005. 6. 22. 21:18
이미지는 순수 한국어로 모습에 해당하는 말로서, 영상(映像)이라든가 심상(心像)이라고도 한다. 리듬과 함께 시의 2대 구성원리인 이미지는 언제나 우리의 감각에 호소하며, 구체적인 것을 통해 추상적인 의미를 전달한다. 이미지가 집합되어 있는 형태 즉 이미지군(群)을 이미저리라고 하는데, 이 두 용어는 혼동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문학적 용법으로서의 이미지의 정의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이미지는 축자적 묘사에 의하건, 인유에 의하건, 또는 비유에 사용된 유추에 의하건 간에 한편의 시나 기타 문학작품 속에서 언급되는 감각·지각의 모든 대상과 특질을 가리킨다. 가령 "달은 나의 뜰에 고요히 앉았다/달은 과일보다 향그럽다"(장만영, 「달·포도·잎사귀」의 일부)에서 감각적 대상인 '달'과 감각적 특질인 '향그럽다'는 모두 이미지가 된다. 둘째는 더욱 좁은 의미로 이미지란 시각적 대상과 장면의 요소만을 가리킨다. 셋째로 가장 일반적으로 비유적 언어, 특히 은유와 직유의 보조관념을 가리킨다. 신비평을 비롯한 최근의 비평은 이런 의미에서 시의 본질적 구성요소로서, 그리고 시의 의미와 구조와 효과를 분석하는 중요한 단서로서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시론(詩論)에서 이미지의 개념은 다시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그 하나는 작품 자체에 제시된 이미지다. 가령 조지훈(趙芝薰)의 「승무(僧舞)」를 보면 거기에는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고이 접어서 나빌레라」하는 구절이 있다. 이때 이미지로 제시되어 있는 것은 얇은 사(紗)로 된 흰 고깔이다. 그리고 이것은 작품에 제시된 이미지다. 다음으로, 또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이미지는 시를 읽는 독자나 청중의 문제일 수도 있다. 시의 이미지가 지닌 이와 같은 속성은 그것이 성립되는 조건으로 한 가지 사실이 선행되어야 할 것을 요구한다. 먼저, 작품에서 이미지가 제시된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상태의 것을 감각화시킨다는 것을 뜻하는데, 그럴 수 있기 위해서는 그 토대를 닦아내는 기법이 문제된다. 이것은 이미지가 상상력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음을 뜻한다. 다음, 독자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미지는 언어의 장치를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이것은 이미지가 언어에 대한 배려를 극대화시켜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미지는 일단 이들 두 각도에서 정의될 수 있다. 한때 지각되었으나 현재는 그렇지 않은 어떤 것을 기억하려고 하는 경우나 체험을 거친 마음이 덧없이 표류하고 있는 경우, 상상력에 의해서 지각 내용을 결합시키는 경우, 꿈과 열병에 나타나는 환각 등의 경우 등 신체적 지각을 통해서가 아니라도 역시 마음은 심상을 제시할 수 있다. 한층 특수한 문학적 용법으로서의 이미저리는 언어에 의하여 마음 속에 생성된 심상군(心像群)을 가리킨다. 이런 생각들을 정리하면 시의 이미지에 대한 생각이 어느 정도 그 윤곽을 드러낸다. 첫째, 그것은 감각의 모사상태에서도 제시될 수 있다. 그리고 직접감각의 모사단계가 아닌 경우, 곧 백일몽(白日夢)이나 환각(幻覺) 상태에서도 제시될 수가 있다. 또한 실제 우리가 갖는 감각과 무관한 의식의 상태를 통해서도 심상의 제시는 가능하다. 이것은 시의 이미지가 상상력과 긴절한 상관관계를 가짐을 뜻한다. 상상력에 의해서 시의 이미지는 지각적 체험과는 전혀 무관한 상태에서도 제시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미지는 매우 복합적인 경우임이 짐작된다. 따라서 그 효과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심리학적 방법에서 상상력의 관점까지에 이르는 넓은 영역의 인식이 요구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