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차(忍冬茶) - 정지용 노주인(老主人)의 장벽(腸壁)에 무시(無時)로 인동(忍冬) 삼긴 물이 나린다. 자작나무 덩그럭 불이 도로 피어 붉고, 구석에 그늘 지어 무가 순 돋아 파릇하고, 흙 냄새 훈훈히 김도 사리다가 바깥 풍설(風雪) 소리에 잠착하다.* 산중(山中)에 책력(冊曆)도 없이 삼동(三冬)이 하이얗다. ◐ 시구 상징의미 * 삼긴 : 삶긴. 물에 삶아 우려낸. * 덩그럭 불 : 장작의 다 타지 않은 덩어리에 붙은 불. * 잠착(潛着)하다 : 밑으로 가라앉다. 어떤 한 가지 일에만 마음을 골똘하게 쓰다. * 책력 : 달력. ■ 요점 정리 * 성격 : 도교적, 감각적, 관조적 * 지배적 분위기: 고요, 적막 * 주제 : 산중의 고요한 정경 ← 동양적 관조와 이미지 현실적 시련을 이겨 내려는 인내와 기다림(의지) * 표현 -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시적 화자의 정서를 드러냄 - 시인의 심정을 대변하는 작중 인물(노주인)을 관찰하는 관조적 성격을 드러냄 - 색채 대조를 통한 산중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 각 연들은 단절된 장면(정신의 여백미, 동양적 은일의 세계)을 제시→전체적 장면 : 고요하고 적막한 산중의 겨울 정경 - 정지용이 추구했던 동양적 세계를 잘 보여주는 시(서구의 이미지즘과 동양의 전통이 결합됨) ◐ 구조 분석 1연 : 노주인의 속앓이를 인동차로 다스리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인동 삼긴 물이 나린다는 식으로 감각적으로 표현한 것은 당시 모더니즘의 한 경향이라 볼 수 있다. 2연 : 자작나무 덩어리 불이 꺼진 듯하다가 다시 피어 붉다는 것은, 노주인이 겨울이라는 추위와 지병인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3연 : 척박하고 열악한 환경 속(구석에 그늘지어)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의 표상인 '무'가 새봄을 알리듯 생명을 틔운다는 내용 4연 : 겨울 가운데 날이 풀리면 간혹 얼음도 녹아 흙냄새까지 서리기도 하지만 다시 눈바람이 몰아치면 잠착(한 가지 일에 골똘하게 몰입하)하듯 자세를 낮추어 때를 기다리린다 5연 : 산중에 책력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기어 살지 않고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사는 자세를 표현한 것이며 삼동이 하이얗다는 것은 겨울 세 달이 눈으로 하얗다는 시각적 표현과 함께 시 전체를 밝은 분위기로 만들면서 암담한 겨울을 능히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반영론적 관점에서 보면 암담한 일제 치하를 뚫고 동양적 체관과 기다림의 자세로 밝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 감상과 이해 - 시 속의 노인은 세상를 피해 초가삼간 흙벽 속에서 무시로 인동차를 마시며 지내는 사람이다. 방에는 자작나무 숯불이 화로에 발갛고 그 훈기로 한쪽 구석에서는 무순이 파랗게 돋는다. 훈훈한 김에서도 흙내가 감돌고 밖에는 눈바람이 치는 엄동. 세월이야 어차피 흐르는 것, 책력은 봐서 무엇하랴. 세상은 온통 하얗게 눈으로 덮였고. 얼마나 맑고 깨끗하고 높은 삶의 자세인가. 동족상잔의 진흙밭에서 뒹굴기엔 역시 지용은 너무 고고하고 도도한 시인이었다. - 이 시는 정지용의 동양 고전에 대한 관심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산중에 책력도 없이' '인동다'를 마시며 살아가는 '노주인'인 작중 인물은 바로 시인 자신이며, 그가 마시는 '인동다'는 겨울로 표상된 일제 치하를 견디게 하는 인내와 기다림의 힘이 되어 준다. - 특히, 2연과 3연은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생명성을 상징한다. 즉, '자작나무 덩그럭 불'이 꺼진 줄 알았는데, '도로 피어 붉고', 그늘져 있는 마당 한구석에 묻어 둔 '무가 순 돋아 파릇한' 모습은 암담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생활하면, 현실 상황인 '겨울'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시인의 의지와 소망이 상징적으로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현실은 비록 '삼동이 하이얀' 시절로 세월 가는 것마저도 다 잊어버리고 싶은 험난한 세상이지만, '흙냄새가 훈훈히 김도 사리다가' '바깥 풍설 소리에 잠착하'듯이, 굳은 인내심을 가지고 때를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이 겨울 같은 모진 현실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 ■ 내용 연구 노주인(老主人)의 장벽(腸壁)에 : 도교적 분위기 무시(無時)로 인동(忍冬) 삼긴 물이 나린다. 그윽하고 신비로운 모습 자작나무 덩그럭 불이 도로 피어 붉고, 구석에 그늘 지어 무가 순 돋아 파릇하고, 고요한 산중의 이미지 →밝고 명랑함 흙 냄새 훈훈히 김도 사리다가 바깥 풍설(風雪) 소리에 잠착하다. 산중(山中)에 책력(冊曆)도 없이 : 세월의 흐름이 정지됨, 산중을 무시간성의 공간으로 표상하여 적멸에 잠기는 동양적 세계관을 드러냄 삼동(三冬)이 하이얗다. : 1연의 생활이 5연에 녹아듬 → 절대 고요, 무시간의 절대 정적의 한 공간을 정신적 깊이로 드러내려 함 * 잠착(潛着)하다 : 어떤 한 가지 일에만 마음을 골똘하게 쓰다.
■ 평가 문제 1. “산중(山中)에 책력(冊曆)도 없이삼동(三冬)이 하이얗다.” 에 내포된 의미를 가장 바르게 설명한 것은? ① 고독(孤獨)의 정서(情緖) ② 비애(悲哀)와 탄식(歎息) ③ 고난(苦難)과 시련(試鍊) ④ 절망(絶望)적 고뇌(苦惱) ⑤ 탈속(脫俗)의 경지(境地) * 정답 5 -‘책력도 없이’를 통해 초시간성을 드러내고 ‘하이얗다’를 통해 순수함을 드러냄으로써 세속에 때묻지 않은 탈속의 경지가 드러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