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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

청산은 2009. 4. 1. 13:57

최승호 -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 

 

하늘에서 새 한 마리 깃들지 않는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를

무슨 무슨 주위의 엿장수들이 가위질한 지도

오래 되었다.

이제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엔

가지도 없고 잎도 없다.

있는 것은 흠집투성이 몸통뿐

 

허공은 나의 나라, 거기서는 더 해 입을 것도 의무도 없으니

죽었다 생각하고 사라진 신목(神木)의 향기 맡으며 밤을 보내고

 

깨어나면 다시 국도변에 서 있는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

귀 있는 바람은 들었으리라.

원치 않는 깃발과 플래카드들이

내 앙상한 몸통에 매달려 나부끼는 소리,

그 뒤에 내 영혼이 소리 죽여 울고 있는 소리를.

 

봄기운에

대장간의 낫이 시퍼런 생기를 띠고

톱니들이 갈수록 뾰족하게 빛이 나니

살벌한 몸통으로 서서 반역하는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여

 

잎사귀 달린 시를, 과일을 나눠 주는 시를

언젠가 나는 쓸 수도 있으리라 초록과 금빛의 향기를 뿌리는 시를.

하늘에서 새 한 마리 깃들어

지저귀지 않아도.

 

[개관 정리]

성격 : 상징적, 현실 비판적, 의지적

표현 : 상징과 비유에 의한 표현

              대조적인 시어를 사용하여 시상을 전개함.

              단정적인 종결어미와 의지적인 목소리를 사용함.

              사물(북가시나무)를 상징화하여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내면 풍경을 형상화함.

                  : 몸통만 남은 앙상한 나무(현재 상황) → 잎과 과일과 향기가 풍성한 나무(지향하는 가치)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하늘 → 자유의 공간 및 세계, 화자가 지향하는 세계

    * 하늘의 새 → 자유롭고 순수함을 불어넣어 주는 존재

    *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 → 시를 쓰는 고독한 화자의 내면(영혼)을 북가시나무로 은유함.

                                           현실의 횡포에 상처를 입었지만 순수하고 고결함을 추구하는 화자의 영혼

    * 무슨 무슨 주의의 엿장수들 → '벌목꾼'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  온갖 이념의 신봉자들.

    * 가위질, 낫질 → 화자의 내면에 상처와 고통을 주는 행위

    * 가지도 없고 잎도 없다. → 영혼의 황폐함.

    * 흠집투성이 → 상처 입은 영혼

    *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에 새 한 마리 깃들지 않는 이유

            → 난립하는 이념에 난도질당하여 가지도 잎도 없는 상처투성이의 몸통만 남아 있기에

    * 허공 → 하늘.  부정적 이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자유의 세계

    * 허공은 나의 나라 → 허공(하늘)이 바로 화자가 추구하는 진정한 세계

    * 신목의 향기 → 하늘에 있는 나무, 화자에게 삶의 지표가 되는 신성한 존재

    * 원치 않는 깃발과 플래카드들 → 현실에 난립하고 있는 온갖 부정적인 이념들

                                                      순결한 영혼을 억압하는 정치적 이념과 구호들

    * 앙상한 몸통 → 고독한 삶의 조건

    * 내 영혼이 소리 죽여 울고 있는 소리 → 온갖 이념의 허상으로 상처 입은 영혼.  순수함을 잃은 영혼의 모습

    * 대장간의 낫, 톱니들 → 순수한 영혼을 억압하고 위협하는 세력들

    * 살벌한 몸통으로 서서 반역하는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여 → 순수함을 지키려는 대결의지

    * 잎사귀 달린 시, 과일을 나눠 주는 시,  초록과 금빛의 향기를 뿌리는 시

                     → 풍요롭고 순수한 영혼의 결실로서의 시('시'를 '나무'에 비유함.)

    * 북가시나무 → 붉가시나무. 천연 기념물 제110호로 지정된 참나뭇과의 상록 활엽 교목. 원개형 수목으로 높이는 20미터 정도이며, 줄기가 굵고 곧게 자라며 많은 가지와 무성한 잎이 있어 장대한 수형을 이룬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 모양 또는 타원형이다. 암수 한 그루로 5월에 갈색 단성화가 피고 열매는 견과로 10월에 익는다. 1월 평균 기온이 2℃ 이상인 지역에서만 생육이 가능하며 대흥사 주위에 거목이 있다. 실제로 전남 함평군 함평읍을 경계로 그 이남 지역에서만 자생하고 있다.

붉가시나무라는 이름은 목재의 색깔이 붉은 데서 비롯되었으며 목재가 무겁고 잘 쪼개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존성이 좋아서 가구재, 기계재, 차량재, 선박재 등으로 이용되고 상록의 잎과 웅장한 수형이 공원수나 정자목으로 적합하다.

 

제재 : 북가시나무(신념과 순수를 지키고자 하는 화자의 내면 세계 표상)

◆ 화자 : 인간의 순수성을 억압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태도와 대결의지를 보임.

주제부정한 현실 속에서 신념과 순수성을 지키려는 의지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현실의 횡포에 상처 입은 영혼

◆ 2연 : 이상을 향한 꿈과 지친 영혼의 위로

◆ 3연 : 현실의 횡포에 시달리고 고통 받는 영혼

◆ 4연 : 순수한 영혼을 위협하는 세력에 대한 저항

◆ 5연 : 아름다운 시에 대한 기대와 순수한 영혼의 고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