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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기우제
청산은
2005. 7. 5. 22:12
요순(堯舜)임금 이전의 신화시대, 베이징(北京)에서 서북쪽으로 자동차로 두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허베이(河北)성 탁록현에서 황제와 치우 사이에 천제(天帝)의 자리를 두고 큰 전쟁이 벌어졌다. 뇌우(雷雨)의 신인 황제를 제압하려 치우는 전쟁의 신답게 오히려 바람과 비의 신 풍백과 우사를 불러와 뇌우로 선제 공격을 가해 황제의 군대를 연패시킨다. 이에 황제는 몸 속에 불덩어리가 들어 있어 용광로보다 뜨거운 딸인 발(魃)을 급히 불렀다. 그녀가 나타나자마자 뇌우는 그치고 하늘에는 태양이 이글거려 치우의 군대를 물리칠 수 있었다. 전쟁 후 그녀는 하늘에 돌아가지 못하고 땅에 눌러앉았다. 머무는 곳이면 사방 천리에 걸쳐 비 한방울 없이 만물을 말라죽이는 그녀를 사람들은 가뭄귀신 한발(旱魃)이라 불렀다. 사람들은 기도를 올려 그녀를 다른 곳으로 가게 했고 그러면 반드시 비가 내렸다고 중국의 신화는 전하고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는 뇌우의 신인 제우스가 비를 관장한다고 믿어 제우스의 신목(神木)인 떡갈나무 가지에 물을 묻혀 기도를 했다. 단군신화에도 비를 관장하는 신인 우사(雨師)가 나온다. 만물을 생장시키는 비를 간절히 비는 마음은 어느 민족에게서나 신화시대부터 나타난다. 하늘의 뜻을 받아 비를 잘 다스리는 것 또한 왕권과 직결돼 우리도 단군 이래 직접 나라에서 기우제를 주관했다. 기우제는 나라에서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지역 나름대로 펼쳐졌다. 야유와 협박으로 한발을 몰아내든지, 우사에게 치성을 드려서든지 어떻게든 `비님` 이 오시길 바랐다. 그러나 조선 영조 때의 이익(李瀷)은 실학자답게 다음과 같은 실천적 덕목을 행하면 하늘도 감동해 비를 내린다 했다. 억울한 죄수를 풀어주고 실직자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고 홀아비.과부.고아 등을 구휼하고, 세금을 가볍게 하고, 탐욕스럽고 간사한 자를 내쫓고, 노총각.노처녀.홀아비.과부를 맺어주고, 수령들의 음주가무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위정자들은 민심이 천심이니 민심을 풀어줘야 하늘도 감응해 비를 내린다는 말이다. |